문화타임즈
(2005.7)
"민화의 아침을 깨워라!나팔꽃을 닮은 민화작가 서공임"
   
   
 

민화의 아침을 깨워라
나팔꽃을 닮은 민화작가 서공임의 '우리 민화 이야기'

인사동에 위치한 서공임의 작업실, 소파와 테이블 등 현대식 가구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는 전통의 향기가 느껴진다. 단지 작업실 벽지가 한지여서가 아니다. 벽 가득히 걸려있는 그녀의 민화가 전통과 현대의 오묘한 시간경계를 타고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통과의례처럼 하는 결혼도 그 흔한 취미 생활조차 할 시간이 없다는 서작가는 연중무휴에 격일 철야작업도 불사하며 27년간 민화 작업을 해왔다.
민화는 그녀 인생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공임, 민화를 만나다.

화방에서 우연히 보게 된 민화 수강생 모집은 그녀 인생에 새로운 시발점이었다.
그전까지 불교미술 등을공부해왔지만, 딱히 자신에게 맞는 장르를만나지 못한 것.
결국 서작가는 지난76년, 미8군에 민화를 수출하는 우창화실의 도제생활을 시작했다.
대량생산과 분업화로 진행되는 민화공부와 각종
궂은 일을 병행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는 "겨울철 난방은 커녕 차가운 물에 물감 접시와 붓을 씻다 보니 동상을 달고 살았다"고 그때를 회상한다. 몇십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날씨가 쌀쌀하면 손이 동상기운으로 아프다는 서작가, 특유의 인내심으로 7년을 버텨왔기에 다양한 민화를 그릴수 있었다는 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후, 호암미술과 개관1주년 <전통민화전>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원본 민화의 모사작업에 열중했다.
"모사는 살아있는 스승이죠, 단산이 선과 색을 따라하는데 아니라 선조들의 마음을 붓끝으로 읽어가는 작업이예요. 전통예술에서 완벽한 재연은
기본이니까요."
허영한복의 현대적인 남성복 뿐 아니라 당대 영부인의 해외 순방시 착용했던 옷에 민화를
그리기도 했던 그녀의 작품들은 독일의 기업인,
일본인 건축회사 이사장등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전통예술인 민화의 현대화 작업은 필수

그렇지만 서작가는 전통예술이 원본의 단순 재연에서 그쳐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예술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현대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의 현대화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서재나 공부방을 그리는 민화의 책거리에
원래 수박, 문방사우, 중국 도자기가 그려졌다면 이제는 핸드폰, 컴퓨터, 영국산 로열 알버트 도자기가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물론 소재뿐 아니라 재료의 기법, 색상도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녀는 커피 액기스나 성스러운 불경에만 쓰이던 금이나 은으로 색깔을 내기도 하며 고려시대와 서양의 벽화기법을 혼용, 발전 시켜 민화의 부조를 만들었다. 그래서 서작가는 민화를 수집,정리한 조자룡(에밀레 박물관 관장)에 이어 민화의 확대와 재생산을 혁신적으로 이끄는 대표 작가로 손꼽힌다.

국내 민화에 대한 인식 변화 가장 절실

심각한 것은 '민화'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는현실이다. 1950년에 일본인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가 '오오쓰에'라는 일본의 민속적 회화에 붙였던 명칭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사용되어 온 '민화'라는 명칭을 바꾸는 것은 일제잔재청산을 위해서라도 시급한 문제라고 한다. 서공임은 "한국 사람이 그렸으니 '한화', 우리 겨레의 숨결이 담겨 있으니 '겨레그림' 아니면 속화로 하자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한국화라고 했으면 좋겠어요." 서양의 서양화, 중국의 동양화라면 우리 민족의 삶과 체험이 그대로 녹아있는 민화는 한국화여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서작가는 다행히도 민화를 향한 대중들의 관심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교육원이나 문화센터 수강생들을 만날때마다 놀래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도 민화를 전문적으로 배우고자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이러한 실정과 달리 민화를 전공으로 두는 대학이 한 군데도 없어 민화의 발전에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은 그녀가 가장 우려하는 바다.
지금까지 미술사전공자들이 낸 민화 석사논문만 해도 무려 삼백여편이 넘는다는 것은 자기 작품에만 매진해온 전업 작가들의 잘못도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그녀는 민화의 학문적 탐구에 대해 다시한번 고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화의 아침을 깨워라, 나팔꽃 서공임

익살스럽지만 소박한 형태와 대담하고 파격적인 구성에 아름다운 색채까지,우리는 민화 속에서 길흉화복과 남녀화합 등 각종 소원과 바램들을 그려왔다.
민화가 가지는 상징성과 실용성, 예술성의 조화로 진정한 현대화와 세계화를 위해 힘쓰겠다는
서작가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작업실 창가에 작은 나팔꽃 정원을 보여주며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더니 크는게 더디지만 매일 아침, 저 보다도 먼저 물을 준다"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그녀는 올초 '닭 그림 전'을
마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벌써 다음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민화작가 서공임, 그녀는 남들이 잠든 시간에도
아침을 준비 하는 나팔꽃을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