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누리
(1997.3)
"우리의 색채와 선묘의 세계를 찾는
민화가 서공임"
 
십장생도 10곡 병풍 중 6곡, 1994

몇해전 나는 위의 그림인 민화를 소재로 근 1년간에 걸쳐 36회 분량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민화와 그에 따른 내용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기에 이르렀다.그때 만나게 된 민화가 서공임은 민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관심으로 필자에게 적지않은 도움을 주었다. 어린시절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민화는 화조도, 책가도, 일월도, 십장생, 연화도, 모란도, 해학반도도 등 그림의 종류가 여럿이다. 이 때문에 민화를 전승하는 작업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우리의 그림, 민화를 화폭에 담아내는 작업은 부단한 노력없이 결코 이루어 낼 수 없는 일이기에 민호가 서공임은 하루하루 성실하게 작업에 몰두한다. 19세 때에 민화를 시작하여 20여 년 세월이 흘렀지만 많은 공부가 필요한 만큼 늘상 배우는 자세로 새로운 것들과 만난다.민화를 허드레 그림이라고 하지만 속에는 그림을 구성하는 소재들이 상징하는 각개의 의미가 있고 격식이 있다. 이러한 것들의 표현은 자칫 허울좋은 전통의 계승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알짜배기의 전통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자기눈을 가지고 각 요소들을 파악하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아이러니칼하지만 한국화나 민화를 그릴 때 사용하는 재료는 분채, 석채, 채묵, 당채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널리 퍼져나갔던 우리의 그림, 민화는 중국의 당채로 채색된 경우가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각 지방에서 구할 수 있었던 천연 색들을 이용한 채색이 널리 이용되었을 것이다. 도화서 화공들에 의해 당채로 채색되었던 그림보다 오히려 허드레 그림속에서 우리의 색채와 선묘를 느끼게 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방의 사투리가 그 지역의 풍수와 여러 조건들에 의해 생겨난 자연 호흡법이듯 자기 호흡에 맞는 색채와 선묘를 찾아 떠나는 일은 진정한 의미에서 전통을 계승하고 구하는 일이다. 표면적으로 전통을 모방하여 그럴싸하게 꾸며진 그림들은 왠지 그 맛이 덜하여 씁쓸하기까지 하다. 우리 그림을 그리고 있는 민화가 서공임은 그 길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때그때마다 최선을 다한다는 그는 신체와 정신이 건강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올바른 건강은 작가를 자기답게 만드는 방법이다. 세상만물의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제대로 된 자기 리듬세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건강이 우선이다. 민화가 우리에게 친숙하고 편안한 그림이듯 그도 민화처럼 풋풋하고 온화하다. 적지않은 세월을 오로지 민화에만 열중했던 까닭이리라. 이제 그가 천연색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제3, 4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애타게 찾고 있던 고향같이 푸근한 세계로 새로운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상고시대와 고구려 벽화, 암각화에서도 만날 수 있는 우리의 그림 민화의 채취를 찾아 그만이 할 수 있는 여행을 시작한다. 시집, 장가가는 날, 꽃으로 된 병풍이 둘러쳐져 있고, 신방에는 화조로 꾸며진 병풍, 베갯머리에는 십장생 중의 하나인 학이 노닐고, 별사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악귀를 쫓고, 사랑방에는 신선도나 산수화로 장식하고, 포도나 물고기 그림으로 자손 번창을 기원하고, 백수백복도나 장생도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장수하기를 기원했으니.......그 얼마나 풍요롭고 평화로운 시절이었을까. 민화가 서공임은 이러한 우리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해학과 익살, 풍요로움이 있는 우리 그림을 계승하는 요즘 보기드문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에게 보다 많은 바램이 있다. 세계 어느 나라든 자기 민족 고유의 그림, 민화가 있다. 민화는 우리의 정서를 담고 있는 그림이다. 어설픈 서구예술 속에 가치의 혼란이 초래되어 무엇이 진의의 세계인지 구분 못하고 헤매이는 현실에서 우리 고향같은 그림을 그리는 민화가 서공임은 분명 소중한 사람이다.


  글.한창환/문화예술 TV편성제작국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