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0.1.5)
"한국 龍은 인자한 할아버지 모습"
  민화화가 서공임씨`용그림 초대전`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선조들의 진솔한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했던 우리의 그림,민화(民畵)의 특성이 저절로 떠올려진다.
민화그리기 20년째,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수집하고 가장 넓게 섭렵했던 조자룡(에밀레 박물과 관장)씨가 죽어가는 민화를 살려낸 사람이라면, 서공임은 그가 정리해낸 한국 민화를 확대, 재생산해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적 화가로 꼽을 수 있다.
용의 해를 맞아 현대백화점 무역점(9일까지)과 신촌점(12일까지)현대아트갤러리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는 그의 용그림 초대전에는 100호짜리 대형그림 12점을 비롯,모두 36점이 전시되고 있다.
2년만에 갖는 세 번째 개인전.
『이 세상 아무도 본 일이 없는 상상속의 동물이기에 용그림만큼 그리기 쉬운 것도 없다고들 생각하지요.하지만 사실 용그림만큼 까다로운 규정을 갖고 있는 그림도 없지요.』
20년 동안 민화의 중요한 화제(畵題)중 하나인 용(龍)을 1,000마리 넘게 그리며 청룡(靑龍),황룡(黃龍),운룡(雲龍),쌍룡(雙龍),12지룡,문자도 속의 용 등 여러 가지용을 다양한 구도 속에 담고 있다.
그는 구름속에서,안개 속에서 꿈틀거리는 용의 다양한 모습을 담기 위해 신륵사 다층석탑(황룡),경복궁 사정전 내부벽화(운룡),경기도 양주군 화암사지에 있는 무학대사의 묘탑(운룡),근정전(쌍룡),운현궁(오조룡·五爪龍),이화여대 박물관(황제룡·皇帝龍)등 용이 있는 곳이면 동서남북 어디든지 찾아갔다.
전통민화는 으레 전래 민화에만 의존해 왔지만 그는 무학대사의 묘탑 하단에 있는 부조(사리를 모신 탑)를 작품의 소재로 삼거나, 고구려 고분 벽화의 황룡을 재현하면서 편편한 화선지 대신 요철지의 올록볼록한 질감을 사용, 고분 벽화의 예스러움과 생동감을 강조하는 등 개성 있는 용의 세계를 표출해내고 있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안휘준 교수는 『숙달된 필묵법,강한 설채법으로 2년전 호랑이 그림 전시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변용과 창작에 대한 시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그녀가 민화를 시작한 것은 19세.
고등학교 3학년때 물감을 사러 우연히 화방에 들렀다「민화 배울 분 모집」이란 광고를 보고 호기심으로 찾아간 곳이 모란도,장군도,십장생도같은「수출그림」을 그리는 곳이었다.
미술대학 가는 것도 포기하고 그곳서 7년간을 끈기로 버티며 그림을 그렸다.
83년엔 호암미술관에서 소장한 원화를 복사해내는 작업을 해달라는 제의를 받고 1년간 용인으로 출퇴근하며 민화 원화 수백점을 모사하는 일을 했다.
덕분에 안 그려본 민화가 없을 정도.
「베끼는 연습」을 끝낸 후에 본격적으로 민화에 매달려 보겠다는 욕심을 갖고 홍익대 송수남교수,민화화가 송규태씨,조자룡씨를 찾아다니며 수묵화의 기술과 민화의 이론을 터득해 나갔다.
당시함께 민화 그리던 친구들이 서넛 있었지만 모두 중도에 포기하고 그녀만 끝까지 민화를 놓지 않았다. 옛날 화공들이 군주들로부터 총애를 받듯, 그의 그림은 감사원, 여성개발원, 부산여대 박물관, 부산 하얏트 호텔, 제주 그랜드호텔 등 공공건물은 물론 개인 소장가들로부터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동안 민화가 발전하지 못한 것은 민화를 그리는 사람들이 민화를 한낱 베끼는 그림으로만 여길뿐 민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지 때문』이라면서 『민화에 시간을 투자 하면 할수록 소박하고 정적이면서도 사려깊은 한국인의 정서를 개닫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동국대 불교대학원 예술사학과에서 연구과정에 있으면서, 연세대와 동국대 사회교육원의 강사로 민화의 대중화에 앞장 서고 있다.      
  송영주 기자 yj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