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보
(1998.1)
1백마리 호랑이 그리는 전통민화작가 서공임
 


1백마리 호랑이 그리는 전통민화작가 서공임


커다란 소나무 아래, 호랑이가 있고 나무 위에서 까치가 울어댄다. 호랑이의 털은 한올한올 정성스레 묘사되어 있고 얼굴은 매우 해학적이다. 민화 가운데서도 호작도(호랑이와 까치)로 불리는 이 그림은 호랑이에 대한 한국인의 우호감이 엿보인다.
"조선시대는 계급사회였어요. 호랑이가 양반이면 까치는 서민입니다. 즉 서민이 양반을 조롱하는 의미가 있어요. 또 다른 의미는 호랑이를 신령시했고 까치는 길조였기 때문에 액을 막고 복을 부르는 의도로 그렸어요."

민화작가인 서공임씨는 민화중에서도 많은 양을 차지하는 호작도를 그래서 정월 초 하룻날 문이나 벽에 걸어 잡귀의 침입을 막는 방패막이로도 삼았다고 설명한다.
준비기간 5년, 호랑이해를 맞이해 전시를 준비하며 1백호점의 호랑이 그림을 그려온 서공임(38세)씨는 전통민화작가다. 대학입시에 낙방, 재수를 하던 중 우연이 민화화실에 들렀다가 전통민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 공부도 포기하고 민화의 길을 걸어온 서씨는 철저하게 전통민화를 계승해 왔다.
전통민화 재현에 충실했던 서씨는 몇해전부터 독자적인 발상과 미감 그리고 기법이 드러나는 현대민화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옛것을 따르고, 배우는 과정에서 스스로 깨달은 서씨의 이 현대민화는 매우 독창적이며 기법 또한 좋다는 평을 받는다.

성신여대 박물관장인 허영환교수는 서씨의 현대민화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녀의 현대민화중 느낌, 꿈, 기원, 사랑 등 다양한 주제는 일월도, 화조도, 연화도 같은 전통민화의 주제와는 완연하게 다르다. 주제가 다른 것처럼 재질과 화법도 다르다. 대체로 가로.세로 1미터 미만의 요철이 심한 조선종이(장지)에 수간분채를 아교에 녹여 만든 물감을 사용하여 붓 가는대로 자유롭게 그렸다. 종이, 붓, 물감 등 재료와 화법이 다르니 효과도 다른 작품이 생산된 것이다."

이렇게 독창적인 현대민화를 그리면서도 서씨는 자신이 전통 민화작가임을 분명히 밝힌다. "민화는 세계 어느나라, 어느 민족에게나 있으며 저마다의 고유한 신앙과 생활풍속 그리고 민족의 미감을 보여주는 소박함 그림입니다. 따라서 피지배계층에 속하는 절대다수인 백성들의 꾸밈없는 솔직함과 익살이 들어 있어요. 호작도만해도 그래요. 사나운 맹수인 호랑이를 익살스럽게 그려 사람과 가깝게 표현했어요. 한국인들은 호랑이를 영물로 여겨 가까워지고 싶었던 겁니다."

서씨가 준비한 호랑이 그림들 중엔 물론 병풍같은 대작도 있고 천에 순금으로 그려낸 것도 있는 등 다양하다. 그 많은 작품속에 등장하는 호랑이의 형태와 표정이 모두 다른 점도 놀랄만하다.
종로구 인사동에서 '우륵'이란 화실을 운영하는 서씨는 작업실에 펼쳐져 있는 자신의 민화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전통민화를 하는데 큰 자부심과 긍지를 느껴요. 가장 한국적인 작업이기 때문이죠. 단지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사람보다 오히려 외국인들이 더 관심있어 한다는 것이예요. 몇년전 일본에서 4개도시 순회전을 가졌는데 호응이 매우 좋았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분들을 제외하고는 대중적 호응은 그다지 큰 것 같지 않아요. 우리것을 아끼고 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라도 전통민화를 계승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정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