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오래 된 의자가 놓여 있는 풍경"
 
   
  패션 디자이너 장광효
오래 된 의자가 놓여 있는 풍경

트렌드의 최전선을 이끈 그에게서 사람들은 ‘파격’을 읽는다. 남보다 예민한 감각의 촉수를 소유한 것이리라 쉬 짐작해 버리지만, 그는 스스로 ‘한 길만 뚫어 온 우직한 열정’을 경쟁력으로 꼽는다. 어쨌거나 20년 남짓 남자 옷만을 만들어 온 그에게 ‘대가’라는 칭호는 이미 익숙하다.
디자이너 장광효. 그러나 그의 담백한 미의식은 일견 화려해 보이기만 하는 이력과 배경을 배반한다. 숍을 장식하고 있는 의자 하나만 봐도 그렇다. ‘아트 앤 크래프트 무브먼트’가 남긴 위대한 유산. 산업화에 대항하며 물질적 삶을 거부한 서구의 지성들, 그들이 만든 수공예품 의자가 그것이다. 화려한 기교를 찾아볼 수 없는 이 의자는 농가의 앞마당을 장식했을법한 투박한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그네들의 정신적 풍요가 세월의 더께를 얹고 더욱더 빛을 발한다. 은둔자들의 고요한 오후와 목가적인 낭만, 금욕적인 생활의 절제미 같은 것들.
장광효 씨의 앤티크에 대한 지극한 애정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화재로 인해 그간 모아 온 콜렉션들이 한 순간에 소멸된 이래, 자연스레 무소유의 정신을 배운 그다. 집안 곳곳을 점하던 콜렉션들을 잃었지만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숍에 비치해 둔 이 의자는 그의 곁에 남았다. 소유에 대한 집착을 끊었어도 이것만큼은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아끼는 콜렉션이었으므로.
그는 이 의자에 앉는 것을 즐기기도 하지만, 의자가 놓여 있는 공간 자체를 사랑한다. 아름다움을 디자인하는 그에게 의자는 일상적인 가구를 넘어 데코레이션의 의미로 다가오는 까닭이다. 그의 숍 한족 벽면을 수놓은 고운 민화 한 점처럼.
이 민화를 그려 준 서공임 씨에게 그는 자신이 아끼는 의자를 권했다. 서공임 씨는 국내에 몇 안 되는 민화 작가다. 장광효 씨는 그녀를 ‘귀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소박하면서도 대담한, 따뜻하고, 조화로운 민화 속 세계는 진정 그가 누리고픈 풍류다. 민화를 그리는 서공임 씨가 고맙고 귀한 이유, 그녀에게 아름다운 의자를 권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