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발21
(2006.1)
민화와 결혼했어요
 

병술년 새해를 맞아 모두가 덕담을 나누며 한해를 빌어주고 있는 가운데 보기만 해도 친근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한국일보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서공임의 병술년 길상화(吉祥畵) 초대전"

옛날 새해가 되면 집집마다 대문에 커다란 호랑이 그림을 붙이는 풍습이 있었다.
한해의 액운을 대문에서부터 물리쳐 집안의 평안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담긴 그림인 것이다.
그런 그림, 조상들이 형식과 제도에 구애받지 않고 붓 가는 대로, 마음 닿는 대로 그린 그
림을 민화(民畵)라 한다.

민화작가 서공임(47. 동방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씨가 민화를 그리게 된 동기는 참 독특하다.

19살 때 화방에 재료를 사러 갔다가 민화 수강생 모집 공고를 보고 찾아갔다가 성남의 '민화공장'이라고 말하던 곳에서 1년 동안 민화를 그리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인사동으로 이사를 했고 그는 문화와 예술의 거리 인사동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보면서 민화에 대한 안목이 틔였고 '나도 언젠가는 전시회를 해야지' 하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때는 정말 민화에 빨려 들어갈 정도였어요. 동시에 내가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구요"라고 서작가는 지난날을 회상한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는 다르게 주변 반응은 매우 차가웠다고 한다.
"민화는 베끼는 그림이다"며 괄시 받고 무시 받았던 시절, 민화를 그린다고 떳떳이 말 못 했을 뿐만 아니라 대인공포증까지 생겼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지금까지 민화를 그리게 해준 가장 큰 버팀목은 올해 87세의 어머니였다. 집에 들어가면 27년 동안 그에게 아무 소리없이 그의 휴식처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제일 감사드리고 있어요. 지금껏 저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셨거든요."라며 말하는 그의 눈동자가 살며시 떨린다.

서 작가는 지금 새해가 되면 그 해에 맞는 동물 민화 전시를 했다고 한다. 작년에는 닭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가졌지만 올해는 개를 비롯하여 다양한 민화를 내걸었다. 단일 주제로부터 오는 단조로움을 피하고 좀더 다양하고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소원을 빌고 복을 가져다주는 민화 속 다양한 동물 그림을 준비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복을 가져다주고 액운을 물리쳐주는 개들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민화의 대표적 소재인 까치와 호랑이도 만날 수 있다.

민화에 대해 "민화는 그 자체가 소원을 빌어주는 매개체입니다. 조상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민화를 그렸으며 그 속에서는 다정다감한 우리의 일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라고 서 작가는 설명한다.

그는 당당히 "민화와 결혼했어요"라고 밝힌다.
"27년간 그림을 그렸어요. 된장찌개를 먹듯이 민화를 그렸어요."
민화는 그에게 인생의 전부였다.
또한 그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해를 맞아 그의 마음을 담은 상서로운 동물들을 그렸고, 그 그림을 봄으로서 새해를 맞아 좋은 일들만 생기기 바라는 마음을 전달하고자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설명한다. "민화 그림 한 장 걸어놓고 소원을 빌고 복을 바라는 마음은 미신이 아니라 좋은 풍습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민화가 대중 속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21세기를 반영하는 민화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조선시대를. 선비방에는 책거리가 있었듯이 21세기 속에 있는 민화는 당연히 21세기를 반영하는 그림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서양 우월주의에 밀려 우리 것이 무시되어서는 안되며 전통예술인들의 노력 부족도 전통문화가 뒷걸음질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어릴 적 미술책에는 민화라는 단어조차 없었다"며 교육적 측면도 빼놓지 않았다. 자신 또한 매너리즘에 빠지고 진취적이지 못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민화의 대중화를 위해 그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당당히 밝힌다. 200,300의 열정을 쏟아 부어야 100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는 항상 노력하는 '민화인'이 되겠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