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한국일보
(2006.1)
<만나고 싶었습니다> 민화작가 서공임
 

"예로부터 조상들은 나쁜 귀신을 물리친다는 의미로 개 그림을 곳간에 붙여 놓았어요.가족들의 소중한 식량을 보관하는 곳에 이를 붙였다는 것은 그만큼 개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는 뜻이지요."

서 화백은 "사람의 친근한 벗인 개는 집 지킴이 뿐 아니라 재양을 막는 능력이 있다고 여겨져 온 동물"이라며, "옛 사람의 마음처럼 그림을 보며 개인의 행운을, 나아가 사회의 희망을 기원해 보길 ."리고 덧 붙였다.

오는 2월 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12지 가운데 11번째 동물인 개를 그린 민화 20여 점을 포함해 용.호랑이.닭.해태 그림 등 운수가 좋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길상화 40여 점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전시 작품 가운데 강아지들의 한가로운 한때를 그린 '화조구자'에서는 순박함과 친근함이 묻어 나고, 울퉁불퉁 질감이 살아 있는 요철지 위에 표현한 '신구도'는 금방이라도 그림 속에서 눈이 네개 달린 개가 튀어 나와 잡귀를 내쫓을 것처럼 생생하다.

"주인과 집을 지키기 위해 네 개의 눈을 번뜩이는 개를 상상해 보세요. 현실에는 없지만 민화에서는 가능한 표현이랍니다. 이렇듯 조선 시대 서민들이 즐겨 그린 민화에는 해학과 재치.익살이 녹아 있어요" 서 화백이 민화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고등학교 졸업하던 1979년 무렵. 어릴 때부터 화가의 꿈을 키워 온 그는. 한 화실에서 7년 동안 설거지와 청소 등 궂은 일을 하며 어깨 너머로 민화의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익혔다. 그 뒤 1986년 한국 민화 연우회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1번의 개인전.초대전과 수많은 단체전에 참여하며 민화 예술계의 중견 작가로 발돋움했다. 1996년에는 에스파냐의 카를로스 국왕 부부가 인사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는 등 큰 관심을 나타내 국내 및 에스파냐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서 화백은 1998년 호랑이 해를 맞아 '민화 호랑이전'을 연 이후로 2000년 용, 2005년 닭, 2006년 개 등 12가지 띠 동물 가운데 재앙을 막는다는 동물 4가지 모두를 화폭에 담았다.

"상상의 동물인 용을 그리기 위해 전국의 사찰.고궁.고서점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았고, 호랑이전을 준비하면서 무려 100마리의 호랑이를 그렸어요. 이 때 얻은 별명이 바로 '호랑이를 100마리 키우는 여자'였어요"

서 화백은 전통적인 민화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시대에 알맞은 현대적인 민화의 창작성을 추구해 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옛 방식인 수간분채(돌가루나 흙염에 염색을 한 분말 물감을 아교에 개어 쓰는 것)를 고수하면서도 순금이나 순은을 써 표현하는 독특함도 엿볼 수 있다.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일궈 나가는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일까. 복숭아.해 등이 그려진 서씨의 민화 '해학반도도'가 올해 말 제작되는 유니세프 카드에 담겨 지구촌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줄 예정이다. 우리 민화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 뿌듯함이 더하다고..

서 화백은 요즘 민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음을 새삼 느낀다. 민화가 지닌 상징성을 활용해 생활용품 등에 민화 디자인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도 있고, 또한 민화를 배우려는 후배들도 부쩍 많아졌다.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붓을 놓지 않는 서 화백도 시간을 쪼개 동국대.연세대 사회교육원과 동방대학원대학교에서 후학 양성에 나서고 있다.

"내년에는 돼지 전시회를 여나고요? 재앙을 막는 네 가지 동물을 모두 그렸으니 다른 주제를 찾아 관람객과 만날 계획이에요. 꽃이나 나비 등 민화의 주제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거든요."

서공임 화백은 요즘 조선 시대 정조가 수원 화성에 행차하는 모습을 담은 기록화 '화성능행도'를 재현하는 데 한창이다. 밑그림 그리기만 벌써 1년이 흘렀지만 '끈기'를 벗삼아 작업을 하고 있단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예술혼이 느껴진다.

/정석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