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뉴스
(2005.1)
부지런한 닭 그리면 밝은 미래 열린대요
   
 


가장 한국적 그림으로 평가받아
민중의 넉넉한 웃음과 기개 담아
'닭그림'은 12간지 그림 완결판

민화 우키요에와 같은 시기에 발달한 조선시대의 서민 풍속화다. 호작도(호랑이와 까치), 일월도(해와 달), 화조도(꽃과 새)등 서민들의 생활에 친숙한 주제로 삼은 이른바 '백석들의 그림'이었다.
그러나 자국에서는 물론 서구 주료 화단에서도 평가를 받는 우키요에와 달리 우리 민화는 한동안 '이발소 그림'으로 치부되며 천대를 받기도 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인사동 거리에는 민화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외국인들은 헐값에 민화를 사들였다 한다. 지금은 그 시절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민화는 여전히 우리 화단의 비주류다.
26년째 민화만을 고집하고 있는 서공임(45)씨. 그는 척박한 우리 민화계를 이끌고 있는 국내 최고의 민화작가다. 그의 손을 통해 청룡,황룡,쌍룡등 1000여마리가 넘는 용과, 까치호랑이와 백호를 비롯한 수백 마리의 호랑이가 세상에 나왔다.
지난 1996년 한국을 방문했던 스페인의 소피아 왕비는 그의 작품을 보고 "가장 한국적인 색깔이 이 속에 살아있다"고 감탄했으며 '한국 민화'의 저자 윤열수 가회박물관장은 "서공임의 민화에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민중의 넉넉한 웃음과 해학, 자유로운 기개가 담겨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장 한국적이라 평가받는 그의 그림은 상당수가 국내외에 소장됐을뿐 아니라 감사원, 여성개발원, 부산하얏트호텔 등 공공기관과 호텔 로비 등에 걸리며 우리 민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최근 그는 작품 활동을 넓혀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때 이희호 여사의 한복에 무궁화를 그려넣었으며, 지난 9월 노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 당시 권양숙 여사의 옷에 무궁화 그림을 장식해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의 민화인생의 시작은 19세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내 서양화가 지망생이었던 그는 고교 졸업 당시 우연히 한 화방에 나붙은 민화연구생 모집 광고를 보고 바로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그 곳은 '모란도','장군도'등 수출그림을 대량으로 그려내던 이름바 '민화공장'이었다. 민화의 재미에 빠진 그는 미대에 가는 것도 포기한 채 7년간 혹독한 도제교육을 받았다. 장사로 바쁜 스승이 가르쳐주지 않는 기법은 이리저리 책을 보며 혼자서 터득했다.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며 83년 호암미술관에서 소장한 민화를 모작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이후 일년 365일 동안 매일 12시간씩 서울과 용인을 오가며 민화 모작에 몰두했다. 수백점의 모사하는 동안 어느덧 그의 그림에는 혼이 담기기 시작했다. 민화작가 서공임의 탄생순간이었다.
88년 인사동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전통 민화와 현대민화의 완벽한 조화, 96년에 연 첫 개인전은 대성공이었다. 98년 호랑이해에는 현대아트갤러리에서 '서공임 민화 호랑이 초대전'을 개최했다.
시골 할아버지처럼 인자한 호랑이, 까치와 이야기하며 파안대소하는 호랑이, 곰방대를 빠는 천연덕스러운 맹호 등 한반도에서 사라져버린 호랑이가 그의 그림에서 다시 살아났다. 2000년 용띠해에는 용그림에 도전했다. 황룡 운룡 쌍룡 황제룡 오조룡(발톱이 다섯개인 용) 등 전설상의 용은 수십 수백의 종류로 세상에 나왔다.
5일부터 한국일보 갤러리에서 여는 '닭 그림 초대전'은 호랑이와 용 전시회에 이은 12간지 그림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이 세 짐승은 12간지 동물 중 벽사(나쁜 것을 내쫓음)의 의미가 있다고 알려져있다.
"처음 호랑이그림 민화전을 개최했을 때 IMF가 왔어요. 요즘은 '제2의 IMF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어렵지 않아요?그래서 닭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닭이 울면 새벽이 밝아오듯 올 한해 우리 사회에도 힘과 희망이 넘쳤으면 합니다"

10여년전 일본에서 초대전을 연 그는 기회가 닿는대로 현대 회화의 본 고장인 뉴욕에서 민호전을 열 계획이다. 우리 민화가 세계 미술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그의 민화 인생은 계속될 것디ㅏ.


"닭은 지혜의 상징"
닭에 대한 오해와 진실


"조류야!"
  지난해 많은 인기를 모은 KBS 드라마 "풀 하우스"에서 남자 주인공 비가 송혜교를 부르는 말이다. 여기서 조류는 일명 "닭대가리"를 뜻하는 말로 멍청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속설대로 닭은 정말 지능이 낮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닭이 다른 동물에 비해 뇌가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체중에 비해서는 다른 동물과 큰 차이가 없다.
  닭은 지혜의 상징이다. 흔히 닭은 다섯가지 지혜를 갖췄다고 한다. 머리에 관(벼슬)을 썼으니 문에 해당하고, 날카로운 발톱이 있으니 이는 곧 무며, 적을 만나면 물러서지 않고 죽도록 싸우니 용이 모자람이 없다는 것이다. 또 먹을 것을 찾으며 주위에 소리쳐 알리는 인정이 있는 인에 해당하고, 믿음을 잃지 않게 시간을 지켜 새벽을 알리니 신을 갖췄다.
  닭은 12지 동물 중 유일하게 날개가 달린 짐승으로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심부름꾼으로 전해 내려왔다. 회남자에 따르면 "하늘에 닭이 있어 해가 뜰 때 소리내 울면 지상의 모둔 닭이 따라운다"라고 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호랑이 그림과 닭 그림을 그려 집안에 붙였다. 그 해의 불행을 막고 복을 비는 "벽사초복"의 뜻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닭의 의미는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파블로 피카소는 1937년 스페인 내란 당시 독일군이 게르니카를 폭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수탉그림을 그렸다 한다. 우리 민화에서 수탉이 못된 귀신을 쫓듯, 피카소 역시 자신의 고국을 폐허로 만든 히틀러라는 귀신을 내쫓겠다는 의미를 담아 수탉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