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저널 (2005.2) ""닭 그림으로 을유년 희망을 전해드립니다."
   
 
 

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그리는 것임을 철동같이 믿는 화가 서공임. 을유년 새해 벽두, 따뜻한가족애와 희망, 행운의 의미를 가득담은 닭그림 30점을 선보이며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덥히고 있다.
한국일보사 1층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서공임 민화 닭그림 초대전'은 2월 13일까지 계속된다.

 

민화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부터 그림을 보는 마음이 달라진다.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도, 출세를 기원하는 어해도, 장수를 기리는 십장생도 등 해당 그림을 집에 걸면, 왠지 그림이 의미하는대로 될 것만 같다. 아침저녁으로 그림을 볼때마다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듯.

닭 그림은 어떨까. 한국일보사 1층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서공임 민화 닭그림 초대전'에서 만난 닭의 모습은 때론 기운차고, 때론 위엄이 넘치고, 때론 정감어리다. 옛날에는 새해가 되면 호랑이 그림과 닭그림을 그려 집안에 붙였다고 하는데, 닭이새벽을 알리는 길조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닭은 귀신을 쫓고 복을 부르는 영물로 알려져 있어요. 수탉이 울면 먼동이 트니까 광명이 비친다는 의미도 있고, 붉은 볏은벼슬을, 매일 알을 낳는 암탁은 다산을 상징하죠.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웃음을 읽어버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희망을잃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을 그림마다 담아 봤습니다."

30여점의 그림은 꼬박 2년에 걸쳐 그려졌다. 12띠 중에서 귀신을 쫓는 의미를 지닌 호랑이, 용, 닭을 주제로 한 자료를 모으는 데만 10여년을 소요했다. 1998년 호랑이, 2000년 용에 이어 올해가 그 마지막 전시다.

그녀의 민화를 보기 전 전통민화를 그래도 모사한 그림만을 떠올린다면 실례다. 그녀는 '민화를 민화답게 잘 유지하면서도어딘가 모르게 현대적요소가 가미된 민화'를 그리는 것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이번 닭 그림전에서도 작가의 창작기법이 살아있는 다양한 표정의 닭 그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쪽염새한 한지에 금이나은으로 닭을 그려내고 닭 벼슬에 붉은 경명주사(부적에 쓰이는 재료)를 칠한 그림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경명주사를 사용한 이런 그림은 부적의 의미가 강하다.

전통자수에서나 봄직한 강렬한 오방색을 사용하고 선을 단순화해 현대회화의 느낌을 살려낸 작품 '꿈'도 눈길을 잡는다.멀리 동트는 것을 배경으로 늠름하게 서 있는 수탉을 그린 '동틀녘의 수탉'은 힘찬 비상을 알리기나 하듯 그림 전체에 생동감이 넘친다. 그녀의 닭 그림은 저마다 다른 표정과 자태로 한 해의 행운을 기원하고 있다.

   
"오방색을 주로 사용하는 민화는 현대적인 공간에도 잘 어울리는 장르에요. 27년간 민화를 그리면서 민화가 세계적인 것일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실제 그녀의 작품을 찾아오는 국제적인 마니아들도 있다. 지난해엔 일본건설협회 이사장 가쯔오켄노시씨의 저택에 그녀의 그림이 걸렸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전업 민화작가가 손에 꼽힌다는 점이에요. 젊은층들이 많이 배워서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날이 어서왔으면 합니다." 시간을 쪼개어 연세대와 동국대의 사회교육원, 동방대학원 등에서 한국민화강좌를 8년째 맡아온 것도그 바람 때문이다.

전시회를 제외하면 1년 365일 대부분을 4평 남짓한 인사동 작업실에서 두문불출하며 민화그리는 데만 전력하는 그녀다.연애한 경험도 없거니와 결혼할 기회는 더더욱 없었다. 그녀는 '호랑이만도' 백마리를 그렸고, 지난 96년이후 지금까지9번의 개인전을 치루는 동안 1000점 이상의 그림을 그려낸 다작(多作)작가다.

"작업량이 많아야 좋은 그림이 나와요. 민화는 가슴으로 그리는 것인데,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으려면 실전이 많아야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요. 마음에 있어도 옮기지 못하면 좋은 그림이 아니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그녀에게, 민화는 곧 인생이나 다름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