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KOREA
(1998.1)
"諧謔과 諷刺 넘치는 民畵 호랑이"
   
 


우리 대중문화 가운데 민화는 민중을 동화시키는 가장 소박하고 파격적이며 익살과 해학이 넘치는 친근한 그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민화 가운데서도 까지, 호랑이 그림은 너그럽고도 영검스러워 민족의 특성과 역사와 현실 속에서 우리 마음 속에 깊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인과 호랑이의 관계는 단군신화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고구려 고분벽화의 청용백호도의 용호사상과, 민족 고유 신앙인 산신령의 사자인 호랑이는 신격화되어 숭상되었으며, 역사나 설화 속에서 항상 의로운 동물로 기록되어 있다.
 호랑이가 백수의 장으로 맹수의 무서움 보다는, 때로는 교훈적이며 때로는 동양의 장자다운 늠름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위엄있는 시골 할아버지 같은 푸근한 모습으로 민화나 공예품에서 생활화된 호랑이는 우리들에게 매우 자연스럽고 편안한 존재이다.

 무인년(戊寅年) 호랑이 해를 맞이하여 '서공임 민화 호랑이 초대전'이 열리는 것은 민중의 의식 속에서 발전하여 민중에 의해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 사용되었다는 전형적인 민화 호랑이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된다.
 88년 올림픽 때 호돌이가 한국의 상징으로 결정된 이후 갑자기 우리 주변에는 적지않은 전통적인 한국 호랑이 전문 화가들이 속출하였다. 물론 각지 나름대로의 전통 필법 세계관이 있겠지만 대체로 일본식 호랑이 형상을 답습하고 있는 실정으로 안타까운 심정을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10여년 전만 하여도 전통 민화 재현 작업을 하는 기능인들이 드물어 인쇄물을 대신하던 때가 있었다. 일찍부터 민화 재현 작업에 탐구하여 온 서공임의 민화들을 대할 기회가 있었지만, 특히 지난해 한국일보 백상기념관 개인전에서 완벽에 가까운 능숙하고 뛰어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민화의 세계는 작가가 얼마나 그 내용을 탐구하고 집착하였으면 작품을 이해 했느냐에 따라 순수한 전통성을 살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구도에 따라 선을 복제하고 채색을 올리는 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작업이다. 작품에 혼신을 불어넣어 예술성을 불태우는 적극적인 사고와 관념을 뛰어넘는 작가의 심성, 풍부한 상상력이 있어야 자연스러운 작품을 낳게 된다.



호랑이 가족과 까치들            1997 백호와 까치 1977

호렵도 1977

 이번에 선보이는 민화 호랑이 그림 속에서는, 오랜동안의 경험과 친숙해진 능란한 필선이 전형적인 민화 속의 호랑이 그림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인자스러우면서도 웃음과 해학이 넘치는구속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은 민중 의식이 담긴 호랑이 얼굴들이 보인다. 한 자리에 서서 여러 작품들을 대하노라면 설화속에 등장하는 호랑이 아저씨들이 서로를 뽐내는듯한, 서로가 잘생긴 얼굴들을 자랑하는 동화 속의 무대를 연상시키고 있다.
 동국세시기에 보면 매년 정초가 되어 용과 호랑이 그림을 새로 그려 대문에 붙이면, 오복은 불러들이고 들어오는 잡귀를 쫓아낸다고 믿어 부적과 같은 역할을 하였다.
  민화 가운데 호랑이 그림은 대체로 대문에 붙였던 세화 즉 문배(門排) 그림인 벽사용이다. 근래에는 용호도 그림대신 (龍) (虎) 두 글자를 써 붙이거나 (壽) (福) 문을 써 붙이는 경향으로 변하였다.
 흔히 민화를 낙관이 없고, 작가나 연대를 알 수 없는 무명인의 민초들의 그림이라고 쉽게 정의하고 있다. 정해진 화법이나 실사에 가까운 작품을 위하여 온갖 재주와 기교를 부리는 그림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감상용 그림이다.
 민화는 그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어떤 양식에도 얽매이지 않은 순수한 의미와 그 속에 내포되어있는 상징성을 출실하게 표현하여 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순수 민화라 할 것이다. 즉 기교를 부리지 않은 무기교 속에서 발휘된 꿈이 배여 있는 동화의 세계를 보여주는 순수성이 있어야만 그리는 사람의 마음을 보는 사람이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둥글넙적한 머리가 약간은 바보스러우면서도 위엄이 있어 보이고 장난기가 서린 얼굴 표정이지만 당당하고 용감한 자세가 압도적인 기세로 느껴진다.
 어디엔가 거칠고 서툰 솜씨처럼 보이지만, 등이나 꼬리를 대각선으로 과감하게 처리하여 활달함을 보여주는 단순하면서도 시원한 호랑이 그림에서 작가의 성품을 읽을 수 있다.
 서공임의 민화 호랑이 그림에서는 그만의 특유한 느낌을 보여주는 나름대로의 기교가 보이며, 작가의 넉넉한 품성이 반영된 작품들임을 직감케 한다. 세필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윤곽선이나 과감한 공간 처리가 여유로워 보이며, 해묵은 소나무의 거친 등경이나 먹의 농암을 잘 살린 솔잎과 잔가지에서 매우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호랑이와 대화를 유도하는 흑백으로만 처리된 귀여운 까치가 유난히 명쾌하게 느껴지며, 때론 소나무보다 더 큰 호랑이를 화면 가득하게 강조한 과감성이 돋보인다.
  민화 호랑이의 채색은 요란하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부드러운 편인데, 먹선과 부분 담채를 잘 사용하여 밝고 싱싱한 느낌을 주어 깨어있는 그림으로 생동력이 있어 보인다. 또한, 호앙이 종류에서도 줄무늬가 있는 참호랑이, 표범의 일종인 개호랑이, 맹호도, 만호도, 산신도, 십이지신상오랑이, 황호랑이, 흑호랑이, 담배 피우는 호랑이가 모두 망라되었고, 특히 전통 감지에 금니 호랑이를 그려내는 새로운 작업이 시도되어 첫 선을 보이는 등 크게 기대되는 전시회다.
  용맹(勇猛), 생동(生動), 진취(進就), 선성(善性), 의(義)를 상징하는 호랑이 해에 열리는 민화 호랑이 초대전이 위엄있고 품위있는 호랑이의 기상을 이어받아 샘솟는 민족의 신바람나는 에너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